즐겁게 보면서 감상할 수 있는-그림의 오락 기능
「교화와 윤리도덕을 돕는 것」이라는 무거운 사명과 별개로 우리들이 그림 속에 머무르면서 문학이나 희곡, 소설의 스토리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상상하거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마도 이야기 그림의 근본적인 매력일 것입니다. 〈문희(文姬)가 한나라로 돌아가는 이야기〉안의 민족적인 정체성과 혈육의 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애처로운 슬픔과 아쉬움, 〈서상기(西廂記)〉안의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때의 설레임과 모험,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다〉속의 재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없고 자신을 굽힐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해방감…. 이러한 여러가지 스토리와 문장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전환시킨 화가는 이야기에 즐겁게 보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이해의 관점을 제공하였습니다.
- 원 조맹부(趙孟頫)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그리다
- 비단에 엷은 채색 두루마리
- 작품 크기: 세로 27cm, 가로 72.5cm
- 고화(故畫)001498
도연명(陶淵明, 약 365 - 427년)은 고대 문사들 마음 속에 우상과 같은 존재로 그의 《귀거래사》 서문에서는 관직을 맡은 지 80일이 넘은 후, 본성을 따르며 관직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고자 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글 속의 평온하고 즐거운 전원 생활은 은거 생활의 이상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림은 도연명이 「기뻐하며 뛰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려야 할 것 같지만, 환하게 웃으며 미친 듯이 달려가는 장면이 아니라, 지팡이를 짚고 단정하게 걸으며 옷자락을 흩날리는 문사가 있습니다. 그의 곁을 따르는 하인들은 그의 거문고를 싸서 들고 두루마리를 가지고, 술병을 등에 메고 있으며, 문 앞의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 또한 화가가 정교하게 추가한 세부로, 짧은 문구를 풍부한 시각적 서사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 명 문징명(文徵明) 조백숙(趙伯驌)의 후적벽도(後赤壁圖) 를 따라 그림
- 비단에 채색 두루마리
- 그림크기 세로31.5 가로541.6cm
- 고화(故畫)001055
- 중요 유물
도연명(陶淵明, 약 365 - 427년) 외에도 문사들에게 크게 존경받는 또 다른 우상은 소식(蘇軾, 1037-1101)으로 그의 《적벽부(赤壁賦)》 역시 널리 사랑받는 창작 소재입니다.
문징명(文徵明, 1470-1559)은 79세 때 이 두루마리를 그렸으며, 연속적으로 보이는 산수와 나무, 돌을 통해 문장에서 서술하는 서로 다른 단락을 교묘하게 구분했습니다. 전시된 또 다른 구영(仇英, 약 1494-1552)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귀거래사(歸去來辭)》 역시 이와 같은 유형의 작품을 모방한 것입니다. 그림 속 산과 돌은 겹겹이 쌓여 있고, 나무와 돌들이 배치되어 긴밀하면서도 변화가 풍부합니다. 화가는 소식의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상상을 아름다운 언덕과 골짜기에 녹여내어 두 가지 예술 형식을 결합시켰으며, 이를 감상하는 재미가 가득 차 있습니다.
이야기소개-후적벽부(後赤壁賦)(만화첨부)
소식(蘇軾)은 친구들과 함께 시를 읊으며 달을 감상하다가, 문득 좋은 술과 안주가 없어 아쉬워했습니다. 마침 친구가 저녁에 싱싱한 생선을 잡았고, 소식의 아내는 집에 술이 준비되어 있다고 알렸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술과 안주를 챙겨 다시 적벽(赤壁)을 찾았습니다. 적벽의 경치가 크게 변해 낯설게 느껴지자, 소식은 적벽에 올라 그 강과 산을 가까이에서 보고자 했습니다. 험준한 산림을 지나 홀로 정상에 오르자, 그는 하늘을 향해 길게 외쳤고, 마치 만물이 그와 함께 움직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곧이어 자연의 위대함에 숙연 해졌고, 동시에 슬픔과 두려움이 뒤섞였습니다. 그는 다시 배로 돌아가 강 위를 떠돌았습니다. 그때 홀연히 한 마리 외로운 학이 고요를 깨며 길게 울고, 그가 타고 있는 작은 배 위를 날아갔습니다. 훗날 소식은 꿈속에서 한 깃털 옷을 입은 도사를 보았습니다. 이 도사가 어쩌면 지난밤에 본 그 학이 아닐까 생각하고는 꿈에서 깨어 방문을 열고 찾으려 했지만,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민국시기 부유(溥儒) 서유기(西遊記) 화첩
- 비단에 채색 화첩
- 그림크기 세로25 가로15.5cm
- 화첩전체12장,이번 전시에서 10장 전시(제4장과 제12장 제외)
- 기존(寄存)002510-002521(002513,002520제외)
당나라 승려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데리고 인도로 경전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는 여러 세대에 걸쳐 소설, 희극, 그리고 오늘날의 컴퓨터 게임까지도 휩쓴 인기 있는 소재입니다. 이 화첩의 작자인 부유(1896-1963)역시 《서유기》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의 친구 장목한(張目寒, 1902-1980)은 부유가 손오공을 그릴 때 「그의 정신이 하늘과 하나가 되어, 마음이 세속을 벗어나 자유롭게 유영할 때이며 그가 가장 즐거워하는 때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를 완전히 전달하는 것이 화가의 목표가 아니라, 이야기 속의 재미있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배역의 모습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그는 생동감 있는 필치로 대중적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문인의 청아한 산수화 속에서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 원나라 사람 상림(上林)에서의 매사냥 그림
- 비단에 채색 두루마리
- 그림크기 세로47.5 가로1298.2cm
- 고화(故畫)001540
《상림부(上林賦)》는 문학 작품이지만 이야기를 서술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상림도(上林圖)》는 《상림부(上林賦)》의 내용을 바탕으로 일곱 개의 큰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자허(子虛)」, 「오유(烏有)」, 「망시(亡是)」세 사람의 고담준론으로 시작됩니다. 그 후, 신수(神獸)가 출몰하는 광활한 수역과 겹겹이 쌓인 산과 그 사이에 있는 화려한 행궁과 별관 등, 천자의 장관을 이루는 정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천자는 화려한 수레와 의장을 갖춘 무리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하고, 산림 속에서 병사들을 사열하며 새와 짐승을 사냥합니다. 이어서 후궁의 시중을 받으며 높은 대에서 연회를 즐기다가, 갑자기 사치와 방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술에서 깨어 사냥을 중단한 후, 마차를 타고 궁으로 돌아갑니다.
화가는 산과 돌을 사용하여 《상림부》의 일곱 개 단락을 연결하고, 천리 강산의 넓고 광활한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석청, 석록 등의 광물성 안료는 산과 돌의 색을 더욱 풍부하고 밝게 만들어줍니다. 의복과 기물의 세밀한 문양과 다양한 색상은 전체 그림을 화려하고 다채롭게 해줍니다. 문장이 풍부한 그림으로 전환되어 관객이 원래 글을 읽으며 가졌던 상상에 강한 충격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