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와 윤리도덕을 돕는 것 -유교적 관점 아래 그림의 가장 중요한 기능
9세기에 활동한 그림의 역사가 장언원(張彥遠)은 그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화와 윤리도덕을 돕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주제의 전시 작품은 과거 이러한 관점의 실천을 보여줍니다. 《이십사효(二十四孝)》와 〈원안(袁安)이 눈 오는 날 집에 남아있던 이야기〉와 같은 종류의 이야기 그림은 일반 민중에게 도덕과 오륜의 관념을 주입합니다. 그리고 《제감도설(帝鑑圖說)》이나 〈문왕(文王)이 위수(渭水)의 물가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태공(太公)을 찾아간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 그림은 제왕에게 거울로 삼아 본받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바라는 내용입니다. 서로 다른 시대의 화가들이 지속적으로 그린 충효와 절개의 이야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도태되거나 선택이 되어 대대로 전해내려온 유교의 문화적 바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그림은 교육의 기능을 부여 받고는 하였는데 특히 궁중에서 이러한 그림은 주로 제왕을 교육의 대상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역대 성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은 이를 통해서 그 공과 사적을 설명하고 있으며 제왕은 이를 거울로 삼았습니다. 훗날 역사적 사실을 그린 인물고사화가 출현하여 제왕에게 충고하는데 쓰였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주제의 원래 의미는 황제가 간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환기시키는 것이지만 이렇게 간언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은 훗날 군왕이 신하에 대한 통치의 도구로 쓰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군왕의 아량을 널리 알리는데 쓰이고 신하의 직언과 간언을 수용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거나 혹은 역사 사실을 통하여 신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 송나라 사람 난간을 부수는 그림
- 비단에 채색 족자
- 그림크기 세로173.9 가로101.8 cm
- 고화(故畫)000181
- 국보
이 그림은 한나라 성제(成帝, 기원전 33-7 재위) 때 훈계와 관한 역사적 사실을 그리고 있습니다. 회리(槐里)의 현령 주운(朱雲)은 대중 앞에서 당시 승상이자 황제의 스승이었던 장우(張禹)를 아첨하는 신하라고 비판하여 황제를 격노하게 했습니다. 황제는 주운을 체포하여 처형하라고 명령했으나, 주운은 힘껏 궁전의 난간을 붙잡고 버티다가 난간의 나무가 부러졌습니다. 신경기(辛慶忌)의 간언 덕분에, 한나라 성제는 결국 주운을 사면하고 부러진 난간을 그대로 보존하여 경계로 삼았습니다.
화가는 이 장면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큰 소나무와 호수의 바위, 그리고 화려한 장식이 있는 난간으로 구성된 정원을 배경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실제 역사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림의 미감을 강화하는 요소입니다. 그림에는 서명이 없지만, 인물의 선이 유려하고 세밀한 묘사가 뛰어나 남송 궁정 화가의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 원나라 안휘(顏輝)가 그렸다고 전해짐 원안(袁安)이 눈 속에 누워있는 그림
- 비단에 옅은 채색 족자
- 그림크기 세로160.2 가로105.7cm
- 고화(故畫)000266
동한 왕조의 인물 원안(?-92)은 어느 해 낙양(洛陽)에서 폭설을 겪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기보다는 눈 덮인 집에 꼼짝 않고 누워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나중에 순시를 하던 낙양의 수령에게 발견되어 효심과 청렴을 인정받아 공직에 추천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마차를 타고 도착하는 태수와 그의 수행원이 발끝을 들고 문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는 통치자가 현명한 인재를 초빙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찾아다닌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은 눈 덮인 풍경의 황량함을 포착하며, 죽은 나무와 앙상한 가지가 얽혀 있는 것을 빠른 붓놀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날렵한 평행선은 초목과 사립문을 표현하고 수묵을 번지게 하여 눈밭의 흐릿하고 애매한 날씨를 표현해 냅니다. 인물의 옷 주름은 구불구불하고 역동적이고 활력 넘치는 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명나라 중후기의 절파(浙派)양식에 가까워 명나라 시대의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 명 대진(戴進) 위수(渭水) 강변에서 낚시하는 그림
- 비단에 채색 족자
- 그림크기 세로139.6 가로75.4cm
- 고화(故畫)000406
이 그림에서 그리고 있는 소재는 위수의 강변에서 현자를 방문한다는 것으로 주문왕(周文王, 기원전1112-기원전1050)이 은거하며 위수에서 낚시를 하며 고기를 잡는 태공망(太公望, 기원전12세기)을 방문하여 몇 차례의 시험을 거쳐 현명한 사람을 얻어 정치에 참여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버드나무가 있는 제방 위에 두 사람이 손을 모아 허리를 구부려 인사하고 있으며 제방 옆의 낚시대는 백발인 사람이 태공망임을 암시합니다. 시종 다섯 사람은 나무 사이에게 대기하고 있고 주인공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전경의 암석은 짙은 먹의 부벽준(斧劈皴)으로 되어있어 시선의 초점이 주인공에게 모아지도록 하는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대진, 자는 문진(文進)이고 명대 궁정 화가입니다. 이 그림은 주로 남송 이당(李唐,1049-1130이후), 마원(馬遠, 1190년부터1224년 이후까지 활동) 계통의 화풍을 이어받아 주요한 경물이 화면의 오른쪽에 몰려 있고 인물의 의복은 네모나게 각진 선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바위는 부벽준으로 되어 있습니다.
- 송 이적(李迪)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삼고초려(三顧草廬) 그림
- 비단에 채색 족자
- 그림크기 세로82.5 가로175.7cm
- 고화(故畫)003752
이 그림은 한나라 말기 유비(劉備,161-223)가 산속에서 은둔하고 있는 제갈량(諸葛亮,181-234)이 자신의 진영에 함께 하도록 청하기 위해 세 번을 방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화면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바위벽이 있어 마치 무대의 배경이 되어 주인공의 위치를 받쳐주고 있는 것 같고 또한 관중의 시선을 화폭의 앞부분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돌다리 앞의 사람은 유비와 관우(關羽,?-220), 장비(張飛,?-221)로 시종과 말은 오른쪽 나무 사이에 있습니다. 다른 한 쪽에는 시동이 문으로 나오고 있고 사립문 뒤 초가집 창가에 누워있는 것은 제갈량입니다.
그림은 여러 차례 수리한 흔적이 있고 이적의 서명은 나중에 추가된 것 입니다. 산수와 나무, 바위와 인물의 묘사가 명대 궁정 회화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아마도 관련 유파의 화가의 솜씨로 추정됩니다.
이야기 소개-삼고초려(三顧草廬)(만화첨부)
동한 말년에 군웅이 할거하였습니다. 유비는 참모인 서서(徐庶)의 건의에 따라서 관우와 장비와 함께 남양(南陽)의 와룡강(臥龍崗)으로 가서 은거하고 있는 현명한 선비인 제갈량이 산에서 나와 도와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첫번째 방문한 것은 3월로 제갈량은 당시 암좌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시동에게 자신이 외출하여 잔치에 갔다고 이르라고 하였고 세 사람은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8월이 되어 유비는 다시 찾아갔고 제갈량은 여전에게 시동에게 둘러대게 하여 거절을 하였습니다. 세 번 째는 유비 등 세사람이 부대를 초가집 앞에 말에서 내려 기다리게 하였는데 시동은 제갈량이 책을 읽고 있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세 사람이 정원에서 기다리게 하고 제갈량이 일어나자 비로소 유비를 안에 들어와 앉도록 하였습니다. 제갈량은 당시 천하의 정세를 분석하고 전략을 기획하여 유비와 훗날 촉한의 군대 참모가 되었습니다.
- 명 주문정(周文靖) 눈 내리는 밤에 대규를 방문하다
- 비단에 채색 족자
- 그림크기 세로161.5 가로93.9cm
- 고화(故畫)000882
- 중요 유물
이 그림은 동진(東晉)의 명사인 왕휘지(王徽之, 338-386)가 자유롭게 행동한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밤, 꿈에서 깨어난 왕휘지는 홀로 술을 마시다 밝은 달빛을 보고 갑자기 친구 대규(戴逵, 331-396)를 방문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하인에게 배를 준비시켜 대규의 집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방문하려는 생각을 접고, 「흥에 겨워 오고, 흥을 다하여 돌아가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 그림의 구성과 필치는 남송(南宋)의 마원(馬遠)과 하규(夏珪)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지만, 산과 돌의 묘사 기법은 다소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눈이 덮인 효과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눈 내리는 밤, 고요함을 가르며 나아가는 작은 배는 명사의 자유로운 성향을 부각시키며, 이 작품은 명대 궁정 인물 이야기 그림의 훌륭한 예입니다.
이야기 소개- 눈 내리는 밤에 대규(戴逵)를 방문하다
펑펑 눈 내리는 어느 날 밤, 왕자유(王子猷)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는 방문을 열고 하인에게 술을 따르라고 명령합니다. 주위를 보니 눈으로 덮인 세상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는 집 안을 거닐며 시를 읊조렸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친구 대규를 떠올리며, 즉시 작은 배를 타고 그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밤새 걸려 대규의 집 문 앞에 도착했지만, 왕자유는 곧바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누군가 그 이유를 묻자 왕자유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본래 흥이 나서 왔는데, 이제 그 흥이 다했으니 당연히 돌아가는 것이지 굳이 대규를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