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떠나는 이를 위한 이별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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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왕불(王紱) 봉성(鳳城)에서의 송별을 읊다
고화(故畫) 384
종이이 작품은 왕불(王紱, 1362-1416)이 곧 고향으로 금의환향할 예정인 한림원 동료를 위해 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전경에는 평탄한 언덕과 물가가 그려져 있으며, 강가의 나무와 바위 뒤 정자 안에서는 세 사람이 탁자에 둘러앉아 송별의 술을 나누고 있습니다. 강가에는 배가 이미 정돈되어 출발 준비를 마친 채 손님을 고향으로 배웅하려 하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층층이 겹쳐져 있고, 산과 바위의 질감은 흔들리고 교차하는 붓질로 묘사되었으며, 먹빛의 농담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맑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화면 상단 여백에는 여러 송별 시구가 적혀 있으며, 시의 내용으로 보아 송별이 이루어진 계절은 가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산수화는 단순히 이별의 정서를 담아낼 뿐만 아니라, 시와 그림을 주고받으며 감정을 나누는 문인들의 문화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명대의 사교 생활에서는 그림을 선물하며 이별을 기리는 풍조가 성행했으며, 이 작품은 그러한 송별 그림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
청 왕원기(王原祁) 황공망(黃公望)의 가을 산을 본떠 그린 그림
고화(故畫)746
종이왕원기(王原祁, 1642–1715)는 자(字)가 무경(茂京), 호(號)가 녹대(麓臺)이며, 산수화에 능했습니다. 그는 조부 왕시민(王時敏, 1592–1680) 및 왕감(王鑑, 1609–1677), 왕휘(王翬, 1632–1717)와 함께 ‘사왕(四王)’으로 불렸습니다. 화면에 남겨진 글귀에 따르면, 왕원기는 평생 황공망(黃公望, 1269–1354)의 〈추산도(秋山圖)〉를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그가 황공망의 작품을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며 필법을 본받아 그린 것으로, 친구를 위한 송별 선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림 속에서 산세는 가까운 물가 언덕에서부터 먼 곳에 까지 펼쳐지며, 산 사이에는 구름이 감돌고 숲은 울창하게 묘사되었고 물길은 구불구불 이어집니다. 화가는 옅고 우아한 청록색과 갈색으로 산과 바위를 표현했으며, 나뭇잎에는 주홍색을 가미해 전체 작품이 색채적으로 풍부하며 생기와 활력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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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진서(陳書) 왕몽(王蒙)의 산수화를 본떠 그린 그림
고화(故畫)2526
종이진서(陳書, 1660–1736)는 자(字)가 상원제자(上元弟子)이고, 만년에는 남루노인(南樓老人)이라 불리었던, 청대의 저명한 여성 화가였습니다. 그녀의 산수화는 주로 원대의 왕몽(王蒙, 1308–1385)의 화법을 따랐습니다. 이 작품은 진서가 만년에 그린 것으로, 이후 그녀의 손자 전여성(錢汝誠, 1722–1779)이 이를 북경에서 황제를 알현한 뒤 귀향을 앞둔 관료에게 송별의 선물로 전했습니다.
화면에는 험준한 산봉우리가 묘사되어 있으며, 산 정상에서부터 구불구불한 폭포가 흘러내리고, 산기슭에는 소나무 군락이 빼곡히 자라 있습니다. 산의 형태는 세밀한 먹선으로 윤곽을 그렸고, 짙은 먹으로 이끼를 점으로 찍어 표현했습니다. 붓질이 이어지며 우아하고 섬세한 화풍을 보여줍니다. 강가에는 샘물을 감상하는 한 인물이 묘사되어 있으며, 이는 화면에 적힌 시구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