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를 그려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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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문징명(文徵明) 관산(關山)의 눈 덮인 풍경 그림
고화(故畫) 1040
종이
국보가정(嘉靖) 7년(1528) 겨울, 문징명(文徵明)과 왕총(王寵, 1494-1533)은 함께 쟝쑤성(江蘇省) 상방산(上方山)의 능가사(楞伽寺)를 유람하며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때마침 큰 눈이 내리는 날이었고, 왕총이 좋은 종이를 꺼내어 문징명에게 그림을 부탁하였습니다. 이에 문징명은 흥이 올라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당시에 만족하지 못하여 귀가 후 다시 그림을 이어갔고, 총 5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하였습니다.
두루마리의 끝에는 문징명이 작품의 창작 배경을 쓴 글이 있으며, 이어서 육사도(陸師道)가 두 사람의 지조와 인품을 칭송하는 글이 있어, 두 사람 사이의 깊은 우정을 기리고 있습니다.
작품 전체는 색채가 우아하며, 눈이 내린 산봉우리 사이는 청록과 연한 황토 빛으로 채색되어 천 개의 봉우리가 푸르름을 감추고 있는 산의 경치를 드러냅니다. 그 사이에 걸어가거나 말을 타고 가는 작은 인물이 배치되어 있으며, 간결한 필치 속에서도 생동감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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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진여언(陳汝言) 백장천(百丈泉)
고화(故畫) 381
종이진여언(陳汝言, 14세기 활동)은 원나라 말기에서 명대 초기에 활동한 화가이자 시인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쑤저우(蘇州)의 명승지인 백장천(百丈泉)의 경치를 묘사한 것입니다. 원 지정(至正) 19년(1359년), 시인 주남(周南, 1301-1383)은 해운암(海雲庵)에 머물며 산에 올라 백장천을 관람하고 시를 지어 이를 표현하였습니다. 이듬해 주남은 진여언에게 이 그림을 의뢰하고 자신의 시를 그림에 첨가하여 사원의 윤원선사(允元禪師)에게 기념으로 증정하였습니다.
그림 속 사찰은 산을 따라 지어졌으며, 산골짜기 사이로 숨겨진 폭포와 흐르는 샘물이 드러납니다 화가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활 모양 먹선으로 산과 바위를 윤곽을 그리고, 길고 짧은 선을 교차 시켜 산의 질감을 표현하며, 산 꼭대기의 바위 더미와 이끼를 묘사한 점을 적절히 배치하였습니다. 산과 바위의 입체감을 나타내는 필법인 준법(皴法)의 밀도 변화와 먹색의 농담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빛과 그림자의 효과를 절묘하게 나타냈습니다. 작품의 화풍은 원대 화가 황공망(黃公望, 1269-1354)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
명 두경(杜瓊) 남쪽 호수의 초가집 그림
고화(故畫)417
종이
중요유물두경(杜瓊, 1396-1474)은 자(字)가 용가(用嘉), 호는 녹관도인(鹿冠道人)으로, 세상에서는 동원선생(東原先生)이라 불렸습니다. 쟝쑤성(江蘇省) 우현(吳縣) 출신으로, 명초(明初)를 대표하는 문인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심주(沈周) 가문과 깊은 교류가 있었으며, 심주를 가르친 스승 중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명 성화(成化) 4년(1468) 봄, 친구 주정(周鼎, 1401-1487)을 위해 그의 별장 거처의 경치를 그린 것입니다.
작품의 전경에는 물가에 솟아오른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하며, 물가에 자리한 집 안에서는 한 문인이 책을 펼쳐놓고 홀로 앉아 있습니다. 산에는 구름이 감돌고, 평평한 바위와 폭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경치가 매우 한적하고 아름답습니다. 이는 문인이 자연에 감정을 의탁하며 산림과 샘물 속에 은거하는 여유롭고 편안하며 우아한 정서를 잘 나타냅니다. 이처럼 거처를 주제로 한 그림은 집주인의 감정과 이상을 담을 수 있어 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명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