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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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왕공(王鞏) 편지글
고서(故書)238-6
종이
중요유물왕공(1048-?), 자는 정국(定國)이며 위주(魏州, 오늘날 허베이(河北) 다밍(大名))사람으로 소식(蘇軾)과 황정견(黃庭堅) 등의 문인과 자주 왕래를 하였습니다. 이 서찰의 서예양식은 소식과 상당히 가까우며 점과 획이 두텁고 진중하며, ‘행(幸)’과 ‘배(拜)’ 등의 글자에서 마지막 획이 길게 뻗어 있고 글자가 아래위로 연결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글자의 구성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편지 내용은 친구에게 냉도(冷淘)를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선물로 받은 단병(團餅)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입니다. 냉도는 차갑게 먹는 면 요리로, 당나라 시기부터 존재했으며, 두보(杜甫, 712-770)가 〈괴엽냉도(槐葉冷淘)〉라는 시를 지은 바 있습니다. 송나라 시기에는 냉도가 여름철 대표적인 면 요리로 자리 잡았으며, 다양한 양념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단병은 둥근 모양의 떡모양으로 만들어진 차잎입니다. 북송 중후기에는 단차(團茶)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사교 왕래에서 종종 단병을 선물하여 마음을 전했습니다 -
원 조맹부(趙孟頫) 도연명(陶淵明)의 일화
증화(贈畫) 670
비단
나가륜(羅家倫)의 부인 장유정(張維楨) 여사 기증남조(南朝)『송서(宋書)』(488)에 따르면,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도연명(陶淵明, 약 365–427)은 마실 술이 없어 국화 밭에 홀로 앉아 있었습니다. 이때 강주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 379–432)이 사람을 보내 술을 전하며 도연명의 고상한 정취를 완성시켜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후대에 ‘흰옷을 입은 사람이 술을 가져오다’라는 말이 생겨났으며, 이는 친구 사이에서 적시에 도움을 주어 소원을 이루게 함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 두루마리의 열 두 번째 장면은 바로 이 술을 전하는 고상한 일을 그린 것입니다.
두루마리 전체에 수묵으로 백묘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먹선으로 그림을 그리고 옅게 채색을 더했습니다. 인물의 외형은 단순하면서도 독특한 표정과 자태를 하고 있는데, 도연명의 평온하고 담담한 기운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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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당인(唐寅) 편지
고서(故書) 339-8
종이이 작품은 당인(唐寅, 1470-1524)이 행대대인(行臺大人) 여산선생(餘山先生)에게 보낸 편지로, 내용에는 친구(또는 제자) 노부(盧鈇)를 잘 돌보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감사의 뜻으로 우유로 만든 떡 5근을 동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우유 떡(혹은 치즈라고 할 수도 있음)은 명대(明代)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식품으로, 광번(鄺璠, 1458-1521)의 『편민도찬(便民圖纂)』(1501)에는 우유 떡의 제작 및 보관 방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그 보편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편지에는 세로줄이 그어져 있으며, 행해서체(行楷書體)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씨는 우아하면서도 힘이 느껴지고, 글자 사이 간격과 줄 간격이 널찍하고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