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주의 사물을 관찰하는 즐거움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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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꽃본 작품은 윤곽선을 사용하지 않고 농담(濃淡)만으로 형태를 나타내는 기법인 몰골법(沒骨法)으로 꽃이 피어 있는 가지의 일부를 그린 절지화훼화(折枝花卉畫)로, 꽃잎은 먹색으로 층을 이루며 번지듯 표현하였고, 잎은 붓의 움직임이 가볍고 활달하며, 필획 사이에 먹이 묻지 않은 빈 공간이 드러나는 서체인 비백(飛白)의 선으로 묘사되어 붓질이 유려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전체적으로 먹색의 농담이 풍부하게 변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원추리꽃은 종종 어머니의 자애를 상징하며, 명대의 정민정(程敏政)의 『황돈문집(篁墩文集)』에서도 심주가 친구를 위해 그린 〈원추리꽃을 사모하며 그린 그림〉을 언급하며 효심을 표현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
국화본 작품은 한 줄기의 가을 국화를 비스듬하게 그린 것으로, 붓질이 생동감 넘치고 독특한 자태를 보여줍니다. 심주는 국화를 주제로 한 시를 여러 편 남겼으며, 이는 도연명의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를 따다’라는 고사를 빗댄 것입니다.
그는 집에서도 국화를 심어, 잎을 보고 품종을 구별하고 물을 주는 등의 원예 활동을 묘사한 〈국화 심기〉라는 시를 쓴 바 있습니다. 국화를 사랑한 나머지 병중에도 꽃을 따서 병에 꽂고, 시를 지으며 읊조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일화는 문인들이 국화를 사랑하며 품었던 고상하고 우아한 정서를 잘 보여줍니다. -
맨드라미본 작품의 꽃의 자태는 〈국화〉와 유사하게 오른쪽에서 비스듬히 뻗어 나가며, 간결한 필치로 표현되었는데 수묵은 힘차고 중후합니다. 가지와 잎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점차 작아지고, 먹색은 짙고 옅음이 교차하며 공간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맨드라미는 주로 여름철에 피는 꽃으로, 심주는 정원에서 이 닭의 볏을 닮은 독특한 식물을 관찰하며 시를 지은 바 있습니다. 그는 시에서 맨드라미의 모습이 닭의 볏과 비슷하지만 울 수는 없다는 점을 재치 있게 비유하며, 그가 일상 속에서 꽃을 감상하며 즐겼던 고상한 정취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