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주의 사물을 관찰하는 즐거움(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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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개구리연잎은 먹색으로 번져 나가는 듯한 묘사가 생동감을 자아내고, 갈대잎은 강한 필치로 그려졌으며, 연꽃은 옅은 먹선으로 표현되어 맑고 우아한 분위기를 띱니다. 연잎 위에는 한 마리의 개구리가 그려져 있으며, 네 다리의 모양을 이루는 희게 남겨진 부분은 생물의 신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화가의 역량을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작품은 생동감이 느껴지며 실감나게 표현되었고 재미를 더합니다. 심주는 밤에 들판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감흥을 받아 〈개구리 울음 소리〉라는 시를 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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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본 작품은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를 그린 것으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눈을 뜬 채 위를 비스듬히 올려다보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선으로 묘사된 발톱이 드러나 있습니다. 심주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다 훗날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고양이를 노래하며〉라는 시를 지어 이 고양이의 평소 모습을 기록했는데 섬세한 묘사로 고양이의 성격과 기질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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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본 작품은 닭을 간결한 필치로 그렸으나, 세부 묘사는 정교하며 먹색의 짙고 옅음, 건조함과 촉촉함의 변화를 풍부하게 활용해 둥근 몸체와 부드러운 깃털의 질감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심주는 친구를 위해 닭을 그리며 시를 남겨, 닭 울음소리에 일어나 부지런히 공부하던 친구의 모습을 찬미한 바 있습니다. 또한 닭의 정신과 자태를 읊조리기도 했으며, 창가에 기대어 닭싸움을 한가롭게 구경하는 생활의 즐거움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화들은 생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고 표현했던 그의 세심한 노력을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