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누비다
16세기 이후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고 상업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상인들이 곳곳으로 왕래하게 되었고 이러한 필요에 의해 출판이 촉진되어 길안내나 여행경로 지도와 같은 종류의 책들의 출판이 상당히 성행하였습니다. 전시작품인 《석거각(石渠閣)에서 공을 들여 만든 먼 곳에 가도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명 만력(萬曆,1573-1620)연간 저쟝(浙江) 영파(寧波) 사람인 장시기(蔣時機, 생졸년 미상)의 서실 「석거각」에서 정성을 들여 만든 여행 경로 서적으로 책 이름의 뜻은 천하를 다니며 길을 묻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휴대가 간편하게 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여행경로 서적의 크기는 모두 크지 않았습니다. 《석거각에서 공을 들여 만든 먼 곳에 가도 물어볼 필요가 없다》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펼치지 않으면 대략 손바닥만 한 크기라 상당히 작고 가지고 다니기 편했습니다. 이 책은 모두 아홉 권으로 앞에는 여행 경로 지도가 뒤에는 길안내가 있습니다. 여행 경로 지도에는 기본적으로 명대 두 곳의 수도(난징(南京), 베이징(北京))로부터 13개 성(省)에 이르는 길과 각 성에서 소속된 부(府)를 포함하고 있으며, 강남과 강북의 물길과 육로의 길안내가 있는데 그 기능이 현대 네비게이션 시스템과 비슷하여 상당히 편리한 옛날 교통 안내 서적이었습니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이 책은 사실 명대 황변(黃汴, 생졸년 미상)의 《일통노정도기(一統路程圖記)》를 다시 편집한 것이지만 원래의 순서를 바꾸고 책이름과 편찬자, 권수를 다르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행자가 휴대하기 편리한 크기로 다시 인쇄하여 출간해서 사람들은 이 책이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서적이라고 오해하게 됩니다.